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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빈국 차드에 쌀 보냅시다”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를 캐치프레이즈로 설립된 소망 소사이어티(이하 소망, 이사장 유분자)가 아프리카 차드에 쌀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망 측에 따르면 지구촌 최빈국 중 한 곳인 차드의 국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근으로 최근 수년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8~10월까지는 가뭄까지 발생해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소망 관계자는 “차드에선 쌀 1포가 25달러에 거래된다. 여기선 갈비탕 한 그릇 가격에 불과하지만 현지에선 3~4인 가정이 한 달 동안 버틸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소망은 지난 2020년 차드 정부의 긴급 구호 요청으로 쌀 보내기 캠페인을 처음 벌였다. 당시 8만4000여 달러를 모아 차드에 송금, 기아 해결에 도움을 줬다. 이후 매년 한인 커뮤니티의 성금을 모아 차드에 쌀을 보내고 있다. 올해 다섯 번째 캠페인에 나선 소망은 내달 30일까지 기금을 모아 차드에 보낼 예정이다.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Somang Society’를 수취인으로 적은 수표를 우송(Somang Society, 5836 Corporate Ave, Suite 110, Cypress, CA, 90630)하면 된다. 소망 홈페이지(somangsociety.org)에서 온라인으로 기부할 수도 있다. 문의는 전화(562-977-4580)로 하면 된다.아프리카 차드 아프리카 차드 차드 정부 소망 소사이어티

2024-08-30

[아프리카 차드를 가다-3 에필로그 3000km의 도전] 다시뛰는 '죽은 심장'…사막에서도 휴대폰 터졌다

5박6일간 취재 여정은 3000km에 달했다. 남동쪽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 국경부터 북서쪽 사하라까지였다. 첫 방문지인 남쪽 난민촌부터 취재는 막혔다. 미리 머릿속에 그려갔던 취재계획은 버려야했다. 좌절은 했지만, 헛걸음은 아니었다. 오고 가는 긴 여정에서 차드인들의 깊은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차드는 비록 느리지만, 서서히 다시 뛰고 있었다. 사막 여정에서는 예상 못 했던 도움에 위로도 얻었다. 차드의 도로만큼이나 취재 여정도 굴곡이 심했다. 글=정구현 기자·사진=김상동 작가 열악한 지역이라도 무선 송수신탑 차이나 바람 거세…TV선 중국어 이젠 남쪽 웬만한 곳에는 소망우물 국민 삶은 제자리…도움 손길 애타 "노(No)." 다리에 힘이 쑥 빠졌다. 차드 남쪽 국경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과 불과 20km 떨어진 마로(Maro) 지역의 난민촌 앞. 소장은 취재를 허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허가를 미리 받은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첫 취재지였고, 가장 절절한 내용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토막 잠을 자면서 이틀간 1000km를 달렸던 노력이 아까워서도 허무하게 돌아설 수는 없었다. 1시간여를 매달렸다. "우리가 난민 캠프에 약과 깨끗한 물을 줄 수 있고, 학교도 지어주겠다"고 설득했다. 소장은 "1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이유는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포기하고 나오는데, 난민촌에서 한 아버지가 아이를 끌어안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 뒤를 엄마와 아이 형제들이 엉엉 울며 따라 뛰었다. 난민 캠프 경비는 "아이가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했다. 병원까지 4시간인데 가다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족들이 통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내민 손을 뿌리친 난민촌 소장이 새삼 야속했다. 사람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사람이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 난민촌을 머리에서 지우자 3년 만에 다시 찾은 차드의 변화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열악한 지역이라도 무선 송수신 탑은 세워져 있었다. 사막에서도 휴대폰이 터졌다. 도로 사정도 한결 개선됐다. 수도 은자메나 주변에 국한됐던 포장도로는 제 2의 도시 문두, 제 3의 도시 사르까지 이어졌다. 가장 눈에 띈 건 '차이나 바람'이다. 오일머니를 노린 중국은 이미 차드를 점령하다 시피 했다. 시장 사람들은 동양인인 기자에게 '니하오 마'를 외쳤다. 또 사르에서 머문 모텔방 TV에선 채널 1~4번까지가 중국 방송이었다. 외국의 투자는 늘어났다고 하지만, 물가는 살인적이다. 사르의 주유점 주인 하산(40)씨는 "15년째 기름 장사를 하고 있는데, 지금이 가장 비싸다"고 했다. 1리터에 600세파프랑이다. 환산하면 1갤런에 4.50달러인셈이다. 식료품 값도 뛰었다. 점심을 먹었던 문두의 고기집 '말룸'의 사장 수레만(33)씨는 "이틀만에 생선 값은 2배, 닭은 3배 비싸졌다"고 했다. 치안도 여전히 불안하다. 올해 초 인접국 말리 내란에 군대를 보낸 뒤 테러 위협이 높아졌다. 올해부터 공항에 지문과 검색 스캐너까지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총재가 11월초 차드를 방문하면서 불안감은 점차 안정되고 있다. 여정에서 가장 뿌듯했던 것은 미주 한인들의 힘이다. 남쪽의 웬만한 마을에는 한인들의 후원으로 세워진 소망우물 표지판이 보였다. 안내를 맡은 굿네이버스 차드지부 직원 세레스틴(27)은 "지난 3년 간 놓인 소망 우물 200개는 차드에는 혈액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죽은 심장' 차드에 혈액을 공급해주긴 했지만, 아직 맥박은 미약하다. 우물 지도를 놓고보면 우물은 접근이 쉬운 남쪽 지역에만 집중되어 있다. 북쪽에는 기자가 찾아간 사하라 초입 리와(Lioua)의 우물이 유일하다. 차드 국민의 삶도 제자리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차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690달러다. 일반 가정의 한달 수익은 60달러도 안된다. 차드의 어느 식당에서든 저만치 떨어져 손님 테이블 위만 뚫어지게 보는 아이들이 있다. 손님이 뜯다만 닭다리라도 서로 먹으려고 싸운다.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있지만, 그들의 정신만큼은 아직 맑다. 오염된 오아시스 때문에 앓고 있는 사막 마을 '부드 나수노'에서 마하마드 삼 형제를 만났다. 끝도 없는 모래 지평선으로 해가 떨어지려 할 때, 삼 형제는 얘기 도중 갑자기 양탄자를 꺼내 깔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무슬림들의 기도시간이었다. 그들은 염소를 팔기 위해 대도시로 먼길을 떠난 아버지의 무사생환을 빌었다. 하루를 산다는 자체가 기적인 이곳에서는 살아돌아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기도는 없었다.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 '없다'는 것의 정의는 남보다 덜 가졌다는 뜻이다. 가진 것에 감사한다면, 그 실천은 나눔이다. ▶도움 주실 분:소망소사이어티 (562)977-4580/굿네이버스 (877)499-9898

2013-11-28

[아프리카 차드를 가다-소망 학교] '배움의 갈증' 푸는 새싹…"우리 미래 구원해줘 고마워"

차드의 식수난에 도움을 주려 3년 전 시작한 소망 우물 프로젝트는 ‘배움의 해갈’로 발전하고 있다.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와 굿네이버스USA(대표 오은주)는 올해부터 우물이 놓인 지역을 중심으로 ‘소망 유치원’을 세우고 있다. 이번 원정대는 현지 방문중 1, 2호 학교 완공식에 참석했다. 첫 번째 학교는 1호 우물이 놓인 ‘은두’에, 두 번째 학교는 2호 우물이 설치된 ‘쿤둘’에 지어졌다. 모두 미주 한인들이 기부했다. 배우고 싶은 아이들의 목마름은 육체의 갈증 못지않았다. 글=정구현 기자ㆍ사진=김상동 작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수십 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바다 건너온 미주 한인 후원자 8명을 아이들은 몸으로 반겼다. 전교생 60명인 은두 1호 학교는 소망우물 프로젝트로 지어진 첫 번째 학교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완공까지의 힘겨운 과정 때문에 학생들이나 후원자 모두에게 각별한 곳이다. 굿네이버스USA의 김재학 실장은 "공사는 7월에 시작됐다. 마침 우기 때에서 침수가 잘되는 은두 지역 특성상 작업 환경이 열악했다"고 전했다. 학교 후원자들도 어렵게 기금을 모았다. 숙경 엘런, 캐롤 최, 미키 권씨는 '엄마 삼총사'의 이름으로 모금 운동을 벌여 공사비 3만2000달러를 마련했다. 엘런씨는 최근 남편과 사별한 아픔에 암진단까지 받아 아프리카로 떠나지 못했다. 대신 권씨가 대표로 완공식에 참석했다. 마침내 문을 연 학교 마당에서 아이들과 학부모, 후원자들은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마달리 교장은 "이젠 아이들이 이웃 마을 학교에 가기 위해 5km를 걸을 필요가 없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교육감 베이리겜(58)씨는 "(못 배우고, 가난할지언정)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고 배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호 학교가 '감동의 교감'이었다면 2호 학교 완공식은 '온동네 잔치'로 열렸다. 학생, 학부모, 교사까지 500여 명이 모였고, 국회의원, 시 행정국장, 마을 이장까지 참석했다. 학생들은 학교 앞마당에 방목 된 닭들과 함께 뛰논다. 비록 단층 건물에 교실은 4개뿐이고 운동장도 없지만, 아이들은 배울 수 있어 감사했다. 특별순서에선 4~5세 아동 20여 명이 춤추며 노래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학교에 가요. 빨리 가서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감사해요." 목이 쉴 정도로 열심히 노래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부모들은 오랜만에 삶의 무게를 잊고 활짝 웃었다. 레비스 교장은 "차드의 미래를 구원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건축 기금은 윌셔연합감리교회 이창순 전 담임목사가 기부했다. 한사코 이름이 알려지길 고사했지만, 이 목사의 이름은 학교 건물에 새겨졌다. 건축은 현지 한인업체 '칠보건설'이 맡았다. 업체는 이 지역 남성들을 인부로 고용해 지역경제도 도왔다. 소망 유치원은 한인 후원자들이 없으면 운영될 수 없다. 전교생의 80%가 미주 한인 후원자의 1:1 결연을 통해 학비를 지원받고 있다. 학교에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 2호 학교 베야난(33) 교사는 "교사만 교과서를 갖고 있다"면서 "칠판에 내용을 적으면 노트가 없어 따라 적지 못하는 아이들이 절반"이라고 했다. 잘 먹고 잘 입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 가기 싫다고 투정인데, 배고프고 헐벗은 차드의 아이들은 학교에 간다는 기대감에 밤잠을 설친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친구들이 더 많아서다. 유엔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차드의 취학연령 아동 중 80%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도움 주실 분: 소망소사이어티 (562)977-4580 굿네이버스 (877)499-9898 잘 살기 위해서? 배워서 남주고 싶어했다 아이들에 꿈 물어보니 2개 학교 완공식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다. 6학년 바감라(13)는 "큰 농장을 가진 농부가 되고 싶다"고 노란 앞니 두 개를 드러내며 웃었다. 수줍어서 말 한마디 못하던 3학년 카디자(8)는 기다렸다는 듯 "여성 장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옆에 있던 2학년 바샤르(6)는 "빵가게 주인이 꿈"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꿈은 다양했지만, 꿈을 꾸는 이유는 하나였다. 돈 벌기 위해서,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남을 돕기 위해서다. 바감라는 "농사를 많이 지어 이웃들에게 나눠주려고"라고 했고, 카디자는 "많은 사람들이 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바샤르는 조금만 먹어도 배부른 빵을 만들겠다고 했다. 척박한 땅에서 아이들은 기특했다. 내 것만 챙길 법도 한데, 배워서 남주고 싶어했다. 이 아이들이 차드의 미래다. "내 자식 처럼 더 도와줄 것" 동행한 후원자들 3차 차드 원정대에는 후원자 8명이 동행했다. 70대가 4명이었지만, LA서 꼬박 24시간 걸리는 장거리 비행을 힘겹다 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후원하는 '차드의 내 아이들'이 피로를 씻어줬다고 했다. 소망소사이어티의 유분자 이사장은 출발 전 자동차 사고로 다리를 다쳤지만 여행을 강행했다. 2호 학교 완공식에서 유 이사장은 "공부 열심히 해서 큰 사람이 되라"면서 감격에 울었다. 후원자들은 아이들의 목마른 삶에 아파했다. 정영길(77) 목사는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에서도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우리의 행복지수가 그들보다 밑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원자의 바람은 한결같다. 아이들이 내 자식 같이 잘되길 빌었고, 더 많이 돕고 싶어했다. 이번 원정대엔 어머니와 아들이 동행했다. 조앤 이(49)씨와 제임스 이(27)씨는 "깨끗한 물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미소를 이미 본 이상 우물 사업은 외면할 수 없고, 멈춰서도 안된다"며 현장에서 우물 2개와 학교 1개 건립을 약정했다. ▶3차 차드 원정대 명단: 유분자(78·여), 정영길(77), 오재선(71·여), 미키 권(55·여), 유수옥(72), 조앤 이(49), 제임스 이(27), 김상동(60), 김재학(35), 유덕현(53), 정구현(40)

2013-11-27

[특별취재] 아프리카 차드를 가다…사하라 국경지역

한밤에 도착한 사하라의 오아시스에선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렸다. 밤마다 "움무(엄마)"하고 우는 두 살 난 아바카는 병든 오아시스 때문에 부모를 잃었다. 아빠는 배에 벌레가 생겨 죽었고, 엄마도 말라리아로 앓다가 따라 죽었다. 엄마가 숨을 거둘 때, 움막집에는 아바카만 있었다. 아바카의 외할머니가 의사를 맞으러 왕복 이틀 길 옆 마을에 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바카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엄마를 살리러 온 의사는 죽은 엄마 젖을 문 채 정신을 잃은 아바카를 살렸다. 아바카의 슬픔은 아바카가 사는 마을이 처한 아픈 현실의 단면이다. 사하라 초입 마을 '부드 나수노' 어귀에는 작은 오아시스로 불리는 재래 우물이 있다. 맑았던 물은 몇 년 전부터 탁해졌다. 물을 길어 그대로 끓이면 거품이 생겼다. 그 물을 마신 사람들은 앓거나 죽었다. 올해만 8명이 죽었다고 했다. 400명이 살던 마을에 남은 사람은 이제 30여 명뿐. 축복의 오아시스는 재앙이 되고 말았다. 오아시스에서도 사람들은 목말라했다. 타는 갈증만이라도 덜어주자고 지난 2010년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 구호단체 굿네이버스USA(대표 오은주)와 중앙일보는 아프리카 차드에서 우물 파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현지에 파견된 3차 원정대를 따라 3년 만에 그 땅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 소망 우물은 200호가 넘었고, 우물 옆에는 나라의 미래라고 불리는 '소망 유치원'이 세워졌다. 그러나 희망의 싹은 아직 약하기만 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아바카의 마을이 속한 사막 사헬(Sahel)벨트 지역에서는 신생아의 20%가 5살 생일 전에 죽는다. 물이 없어서, 먹을 것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해서다. 그렇게 잔인한 사막이었지만 아름다웠다. 사막에 '어딘가 있을 우물'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의 처절한 삶의 의지 때문이다. 아바카 부모를 앗아간 오아시스에서 만난 물긷던 소녀 블래시(7)는 씩씩했다. 아이는 한밤에 5km를 걸어왔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더워서 물을 뜨러 올 수 없단다. 이날 해질녘 기온은 화씨 113도였다. 부모 없이 할머니를 모시고 두 동생과 사는 블래시는 "빨리 밥 하러 가야한다"고 사막의 밤길을 서둘렀다. 우물가에 걸친 블래시의 다리는 꼬챙이처럼 말라있었다. 이날 저녁 블래시 가족 4명은 옥수수를 빻아 물에 개서 마셨다. 모든 것이 증발하는 곳은 사막이다. 하지만 연민과 동정심마저 증발한 곳은 어디나 사막이다. ▶도움 주실 분: 소망소사이어티 (562)977-4580/ 굿네이버스USA (877)499-9898 정구현 기자

2013-11-26

[사하라로 가는 길목 리와 마을] 신이 물 대신 준 선물 '나트론'…거대한 염전 일구며 마을 생계

사막 둘째 날 동틀 녘이었다. 리와의 보물을 보여준다며 술탄의 장자 아바유노스(30)는 마을 남쪽으로 손을 끌었다. 10여 분 걸어가니 모래 언덕 아래로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 온통 회색 땅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생경한 풍경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아바유노스가 말했다. "와디(Wadi)." 가이드 세레스틴은 와디를 "나트론(Natron)"이라고 통역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나트론은 소금의 원료인 탄산나트륨이다. '소다회'라고도 한다. 우기 때 짧게 내리는 비가 마르면, 나트론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 회색 땅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염전인 셈이다. 나트론은 예부터 소금의 원료로 쓰였다. 6세기까지는 황금과 맞바꿀 정도로 귀한 특산품이었다. 아바유노스는 "신이 사막에 물 대신 준 선물"이라고 했다. 염전은 대대로 술탄의 땅이다. 술탄은 '소망 우물' 덕분에 마을 인구가 늘자, 사람들의 호구지책으로 염전을 무상 대여했다. 이전까지는 세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날도 아침부터 마을 장정 20여 명이 나트론밭 한가운데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이동했다. 넓어서 걸어가기엔 멀었다. 장정들은 굳은 나트론을 삽으로 퍼올리고 있었다. 작업은 쉽다. 삽으로 퍼서 부서진 나트론에 물을 섞어 벽돌 모양으로 '암염'을 만들어 쌓으면 끝난다. 여기저기 그 암염을 쌓은 무더기들이 보였다. 아바유노스는 나트론 전문가라며 아브라 챠리(42)씨를 소개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이 일을 했다. 그는 만드는 방법부터 주의할 점을 몸으로 알고 있었다. 챠리씨는 "해가 머리꼭대기에 올 때까지만 작업한다"며 "그 이상 일하면 더위에 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전문가라는 그나 염전 소유주 아들인 아바유노스도 나트론의 활용법은 몰랐다. 챠리씨는 "나트론으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듣긴 했지만, 만드는 방법은 모른다"고 했다. 나트론의 활용 분야는 세재부터 비누까지 넓다. 그중에서도 녹색의 혈액이라고 불리는 '스피룰리나(spirulina)'를 만들 수 있다. 스피룰리나는 나트론밭에 물이 고인 나트론 호수에서 생성되는 조류다. 클로렐라보다 단백질이 20% 더 많은 고단백 식품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차세대 먹거리지만 이들에게는 단순한 밥벌이일 뿐이었다. 챠리씨는 "국경이 가까운 니제르에서 트럭이 한 달에 4~5번 와서 실어간다"면서 "한 트럭 가득 실으면 5만세파프랑(100달러) 주는데, 20여명이서 나눠가진다"고 했다. 아바유노스는 나트론을 활용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는 "나트론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기술과 자본을 지원해주면 우리 마을 사람들은 풍족해질 수 있다"면서 "돈이 모이면, 학교도 짓고 병원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와는 사막 입구에 있다. 종종 방문객들이 있다. 왜 다른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바유노스는 "사람들은 사막에 모험이나 여행을 하기 위해 오긴 해도 도와주기 위해 오진 않는다"고 했다. 사막에서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줄 누군가를 그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험난했던 '사막 취재' 후기 모래에 빠지고 또 퍼내고… 마음만 급했던 1박2일 900km 강행군 가는 길은 험난했다. 사막 취재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전날까지 2박3일간 남쪽으로 2000km를 강행군하고 곧바로 다시 짐을 꾸려 북쪽으로 향했다. 주어진 시간은 1박2일, 정확하게는 38시간이었다. 그 안에 최소 900km를 왕복해야 했다. 사막에서 이동속도는 평균 시속 30~40km를 넘지 못한다.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다. 차를 세우면, 모래에 빠진다. 빠지면 모래를 퍼내고, 차를 밀어 몇 십 분간 씨름해야 했다. 가장 큰 걱정은 정작 뭘 취재해야 할 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차드지부와의 의사소통에 혼선이 있어 사하라 사막지역 취재의 밑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일단 가자'고 출발했기에 마음은 더 급했다. 1차 목적지는 최북단에 '소망 우물'이 있는 사막 초입 마을 리와였다. 거기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 '진정한 사막'을 가자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차드 수도 은자메나에서 북서쪽의 리와까지 직선거리는 200km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중간에 차드 호수가 가로막고 있어 돌아가야 했기에 실제 거리는 2배 이상이었다. 그마저도 중간에 길이 끊겨 1km 전진을 위해 2km를 우회해야 했다. 가면서 차 지붕에 수십 차례 머리를 찧었다. 나중엔 꼬리뼈까지 아팠다. 기름을 아끼느라 가장 낮게 튼 에어컨은 화씨 120도 사막 열기를 식혀주지 못했다. 동틀 때 출발해 해질녘에야 1차 목적지 리와에 도착했다. 이 맘 때 차드에서는 오후 5시반이면 해가 진다. 이미 깊은 취재는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그 먼 길을 헛걸음했나 싶었다. 그때 손을 내밀어 준 건 리와의 왕 술탄이었다. 낯선 동양인에게 칙사 대접을 해줬다. 그리고 장남을 시켜 어두운 밤길 사막을 안내하도록 했다. 덕분에 짧은 시간동안 사막의 아픔을 첫머리나마 읽을 수 있었다. 술탄은 저녁식사도 차려줬다. 우린 즉석밥과 라면을 선물했다. 그는 "음식을 나눈 우리는 이제 가족"이라고 했다. 한국에도 '식구(食口)'라는 말이 있다고 했더니 흡족해 했다. 이튿날 새벽 4시 눈이 떠졌다. 무슬림인 마을 사람들의 기도 소리 때문이다. 마당 환한 달빛 아래 오는 동안 내내 안달했던 내가 보였다. 그들의 결핍을 찾으러 간 취재에서 내 결핍만 도드라졌다. 오는 길은 심난했다. 글·사진=정구현 기자

2013-11-26

[사하라로 가는 길목 리와 마을] "소망우물은 희망 오아시스…1000번 고맙습니다"

사하라 사막에는 '부활초(resurrection plant)'라는 식물이 있다. 바싹 마른 덤불처럼 굴러다니다가 단 한 방울의 물이라도 닿으면 죽은 가지에서 몇 시간 만에 싹을 틔운다. 사하라로 가는 길목인 사헬(Sahel) 벨트지역의 리와(Lioua) 마을은 부활초처럼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2년 전 소망소사이어티, 굿네이버스와 중앙일보가 한인들의 온정을 모아 선물한 '소망 우물' 덕분이다. 이 지역의 왕인 술탄은 깨끗한 우물을 "새로운 오아시스"라고 불렀다.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에서 북서쪽으로 430km, 10시간을 달려 도착한 리와. 모래 언덕에 잡목만 보이던 길 끝에 거짓말처럼 마을이 불쑥 솟았다. 북쪽 사막으로 더 이동해야 하는데, 가이드로 동행한 굿네이버스 차드지부 직원인 세레스틴(27)이 갈 데가 있다며 바쁜 걸음을 잡았다. 마을 한가운데 넓은 모래밭에 자리 잡은 단층 건물로 안내했다. 사막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집이었다. '술탄의 궁전'이라고 했다. 술탄은 이슬람사회의 통치자를 뜻한다. 과거엔 '왕'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지방의 맹주로 통한다. 세레스틴은 "마을 술탄의 허락과 보호를 얻어야 사막 가는 길이 안전하다"고 술탄을 만나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니제르 국경에서 불과 20km 떨어진 사막 루트는 불안했다. 리와의 술탄 아둠 마흐마드(75)는 가신 5~6명을 거느리고 우리를 맞았다. 그는 "우물은 신의 축복"이라고 감사부터 했다. 그의 고맙다는 말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마을 우물을 설치한 세레스틴은 "소망 우물은 반경 80km내 유일한 맑은 물"이라고 했다. 이 마을은 남쪽 차드 호수와 비교적 가까워 지하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변 10여 개 마을 사람들이 술탄의 마을로 속속 모여들었다. 술탄은 "300여명이던 마을 인구가 2년 만에 2000명으로 늘었다"고 흐뭇해 했다. 몰락하던 술탄의 마을에 작은 우물 하나가 과거의 영화를 다시 찾아준 셈이다. 사막에서 우물은 권력이었다. 소망 우물 때문에 술탄의 '닫혔던 곳간'도 열렸다. 술탄은 중앙정부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 지방의 부호다. 아내가 셋이고 자식이 22명이다. 대부분의 차드 부자들이 그렇듯, 그도 식솔 챙기기에만 바빴다. 궁전 밖에선 사람들이 굶는데, 그의 집에는 등유로 돌아가는 마을 유일의 자가발전기가 있어 밤에도 전기가 들어온다. 주변의 헐벗음에 무관심하던 술탄은 마을 사람들이 많아지자, 우물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기꺼이 사비를 털어 우물 2개를 더 팠다. 20여 분간의 대화 끝에 술탄의 큰 아들인 차기 술탄 아바유노스(30)가 소망 우물로 안내했다. 해가 졌는데도 우물가 모래 위에서는 아이들이 뛰어 놀았다. 깡통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동물 내장으로 만든 공을 찼다. 그러다 목이 마르면 우물 펌프를 눌러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젖은 얼굴에 먼지가 달라붙어 분칠한 모습으로 뛰놀던 아이들은 우리를 보자 이내 달려왔다. 아바유노스는 "당신이 마을에 찾아온 첫 번째 동양인이기 때문"이라고 아이들이 반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바유노스에게 코리안을 아느냐 물었더니 우물 표지판에 박힌 중앙일보 로고와 영문표기(Korea Daily)를 가리켰다. 그는 "우리에게 한국을 가르쳐준 표식"이라고 했다. 우물이 있지만, 이 마을의 고민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주민 대부분이 끼니를 걱정하고, 한 집 건너 사람이 죽는다. 마을 동쪽 끝 움막에 사는 팔마타(20)씨는 3년 전 남편을 잃었다. 말라리아였다. 큰 아들도 생후 10개월 만에 남편 뒤를 따라갔다. 하나 남은 아들과 먹고 살기 위해 그녀는 매주 한 두 차례씩 나귀를 타고 땡볕 사막 길을 하루 종일 간다. 리와에서 150km 떨어진 대도시 볼(Bol)에 나가 이 지역 특산물인 나트론을 팔아 음식을 사오기 위해서다. 그녀가 한 달에 버는 돈은 고작 3000세파프랑(6달러) 정도다. 대부분의 사막 마을이 그렇듯 리와에도 의료시설이 없다. 가장 가까운 병원도 볼까지 가야 한다. 길이 나빠서 차로 가도 3시간이다. 아바유노스는 "아픈 사람들은 병원 가는 길 위에서 다 죽는다"고 했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 나니 해가 졌다. 사막에선 해가 지면 이동할 수 없다. 술탄은 기꺼이 우리에게 식사와 잠자리를 마련해줬다. 저녁은 염소고기와 빵, 금 그릇에 담긴 마실 물이었다. 배불리 먹고 술탄의 응접실 한구석에 깔린 매트리스 위에 누웠는데, 술탄의 15번째 아들 베시르(16)가 찾아왔다. 그는 수첩에 꾹꾹 눌러쓴 글을 건넸다. "소망소사이어티와 굿네이버스, 미국에 있는 한인들이 우물을 줘서 감사하고 주민들을 더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문장에서 열여섯 소년의 진심이 읽혔다. "1000번 고맙습니다." ☞사하라 사막은 '황야'라는 뜻을 지닌 아랍어 '사흐라(Sahra)'에서 유래했다. 동서로는 홍해에서 대서양 연안까지, 남북으로는 차드 호수에서 지중해 아틀라스 산맥까지 940만㎢에 달한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매년 2만여㎢씩 늘어나고 있다. 차드를 포함해 12개 국가가 인접해있다. 온통 모래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래 사막은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암석과 자갈로 되어 있다. 낮에 섭씨 50도까지 치솟았다가 밤에는 20도까지 뚝 떨어져 기온차가 크다. 250만 명이 산다. 글·사진=정구현 기자 [email protected]

2013-11-26

지금 잠비아에 있다…'진짜 에이스' 커쇼

"입단 계약금으로 얼마를 받으면 좋겠나?" 2006년 어느 날 햄버거집에서 만난 에이전트가 물었다. "점심값을 계산할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고교생 야구선수는 이렇게 답했다. 텍사스주의 하이랜드 파크 고교 시절부터 클레이튼 커쇼(25·LA 다저스)는 뛰어난 투수였다. 3학년때 13승 무패ㆍ방어율 0.77을 기록했다. 저스틴 노스웨스트 고교와의 경기에서는 퍼펙트 게임(5이닝 15탈삼진 콜드게임)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런 커쇼도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 앞에선 겸손했다. 다저스는 1라운드 신인지명 전체 7번으로 커쇼를 선택했다. 신인 계약금은 당시 다저스 역대 최고액인 230만달러였다. 커쇼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살때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 매리언 로빈슨이 키웠다. 하루 종일 허드렛일을 하며 힘들게 번 돈을 모두 커쇼의 교육비로 썼다. 부자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는 아니었지만 고생하는 홀어머니를 쉬게 해주고 싶었다. 텍사스A&M 입학 예정이던 커쇼는 진학을 포기하고 다저스에 입단했다. 고교 동창생 엘런 멜슨(25)과의 사랑도 커졌다. 어머니로부터 희생을, 엘런으로부터 사랑을 배운 커쇼는 반듯한 길로만 걸었다. 커쇼는 지난 20일 지금은 아내가 된 엘런과 비행기에 올랐다. 아프리카의 오지 잠비아로 봉사활동을 떠난 것. 잠비아는 2010년 결혼한 두 사람의 신혼여행지이기도 하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엘런은 달콤한 신혼여행 대신 따뜻한 봉사여행을 제안했다. 커쇼는 잠비아에서 에이즈에 걸린 11세 소년 호프(Hope)를 만난 뒤 고아원 '희망의 집(Hope's home)'을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 지었다. 커쇼 부부는 매년 시즌이 끝나면 잠비아로 날아가 어린이들과 놀아주며 선교활동을 한다. 그는 삼진 하나를 잡을 때마다 500달러를 적립해 잠비아 어린이들의 교육사업에 보탠다. 매년 10만달러 이상을 적립하고 있고 올해는 '선수들이 뽑은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기념으로 26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했다. 그가 선수로 뛰는 LA와 그의 고향 댈러스에서도 봉사활동을 한다. 커쇼는 학생들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만들어 야구를 직접 가르친다.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진출한 올해도 시즌이 끝나자마자 댈러스로 달려가 봉사활동을 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그는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커쇼는 야구선수에게 주는 선행상을 다 받았다. 지난 17일엔 '브랜치 리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브랜치 리키는 메이저리그 최초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을 영입한 다저스 구단주로 인종의 벽을 깬 인물이다. 커쇼는 지난해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받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선행을 많이 한 클레멘테를 기리는 상이다. 수상자의 평균 나이가 35세지만 커쇼는 24세에 상을 받았다. 커쇼는 "사람들은 뭔가를 이룬뒤 돌려주려 한다. 그러나 봉사는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쇼는 2008년 풀타임 선발투수로 성장했고 2010년부터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잠비아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인 2011년엔 다승(21승)·탈삼진(248개)·방어율(2.28) 1위에 오르며 사이영 상을 받았다. 16승을 올린 올 시즌엔 탈삼진(232개)·평균자책점(1.83) 1위에 올라 두번째 사이영 상을 수상했다. 명실공히 현역 최고의 투수다. 햄버거값 낼 돈도 없었던 청년은 곧 억만장자가 된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커쇼를 잡기 위해 다저스는 7~8년 총액 2억달러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액 계약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커쇼의 빠른 공과 낙폭 큰 커브도 일품이지만 반듯한 인품과 남을 위하는 마음이 그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형 계약을 앞두고 전략을 짜야 할 때지만 그는 지금 잠비아에 있다. "많은 사람이 나를 지켜본다. 난 그들에게 신앙을 전하지 않는다. 그저 크리스찬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려 노력할 뿐이다." 커쇼의 말이다. 김식 기자

2013-11-26

[Week & Story] '소망 우물' 200개…다음은 유치원이다

한인들의 온정이 아프리카 차드에 희망을 불어 넣었다. 2010년 3월, 중앙일보와 굿네이버스 USA,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가 공동기획한 소망우물 프로젝트가 지난 15일 마침내 200호에 도달했다. 애초 목표로 했던 것보다 160개나 초과 달성한 것이다. 아프리카의 '검은 심장'이라 불리는 차드의 식수난 해결을 위해 시작된 소망우물엔 노부부의 쌈짓돈부터 초등학생의 돼지저금통까지 다양한 한인들의 사랑이 녹아있다. LA를 비롯해 시카고·뉴저지·샌프란시스코 등 전국 각지의 한인들이 동참했다. 우물 한 개당 비용은 3200달러. 지금까지 65만 달러가 넘는 한인들의 온정이 답지한 셈이다. 굿네이버스 USA 김재학 실장은 "아낌없이, 넘치게 부어준 모두의 사랑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개인·단체 후원자 450여 명이 만든 기적이다"며 "차드 현지에선 우물이 들어선 마을마다 글을 배우고, 꿈을 꾸는 사람들로 생기가 넘쳐 흐른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USA에 따르면 우물 하나로 혜택을 받는 지역주민은 약 800~1000명. 한인들의 온정으로 최대 20만 명의 차드 국민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망우물 프로젝트는 이제 차드의 미래를 위한 교육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망우물이 만들어진 지역에 소망유치원을 설립하는 것. 어린이 교육과 여성 직업교육을 위한 또 하나의 희망 프로젝트다.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은 "우물은 생명을 주고, 유치원은 미래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2~6세 어린이들은 엄마가 물을 찾으러 집을 나서면 어김없이 길가에 방치됐다. 우물이 생긴 곳에 유치원을 세우면, 어린이와 엄마가 동시에 무언가를 배우고,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소망 유치원 한 곳당 설치 비용은 3만200달러. 현재 소망유치원 4곳이 공사 중이며 오는 11월, 그중 1호와 2호가 완공식을 갖는다. ▶문의:(877) 499-9898, (562)977-4580 구혜영 기자

2013-08-16

차드에 '소망 우물' 이어 이번엔 '소망 유치원'

아프리카 차드에 꿈이 자라고 있다. 마음으로 판 '소망우물'에 이어 이번엔 소망 유치원이다. 18일 굿네이버스USA는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와 함께 소망유치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소망우물이 세워진 마을의 어린이와 여성, 직업 교육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현재 유치원 4곳 건립비용이 마련된 상태다. 굿네이버스USA는 지난 2010년, 2012년 현지 원정을 통해 교육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은 "우물은 생명을 주고, 유치원은 미래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2~6세 어린이들은 엄마가 물을 찾으러 집을 나서면 어김없이 길가에 방치됐다. 우물이 생긴 곳에 유치원을 세우면, 어린이와 엄마가 동시에 무언가를 배우고,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소망 유치원 한 곳당 설치 비용은 3만200달러. 소망유치원은 교실 2개와 사무실, 운동장을 포함하며 완공 후엔, 연극·미술·음악 등의 수업이 진행된다. 현재 소망유치원 1호가 공사중인 은두(Ndou)는 수도 은자메나에서 가까운 빈민촌으로 마을 전체 주민 500명 중 어린이가 50%를 차지한다. "친구와 엄마의 이름으로 어린이들을 품고 싶다"는 숙경 엘렌, 미키 권, 캐롤 최씨는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어린이들이 유치원에서 꿈을 꾸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함께할 수 있게 돼 마음이 벅차다. 다른 이에게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엄마 삼총사'란 이름으로 1호 유치원 설립을 위해 모금해왔다. 교육만이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 이들은 개인 인맥을 동원, 어바인 지역 학교와 단체, 1.5세와 2세, 타인종 등에 모금활동을 권하고 있다. 최근 남편사별, 암투병 등을 겪은 숙경 엘렌씨는 "슬픔에만 잠겨있기엔 삶이 길다고 생각했다. 슬픔을 이기고, 꿈을 꾸는 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 역시도 모두의 도움과 위로로 이곳에 있기 때문에 좋은 것들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현재 차드에 설치된 소망우물은 총 192개다. ▶문의:(562)977-4580 소망소사이어티, (877)499-9898 굿네이버스USA 구혜영 기자

2013-07-18

"아이의 눈망울·어머니의 눈물…소망우물로 솟아나는 희망 담아"

사진 속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오묘한 표정. 먼지 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벗삼아 나귀를 타고 3시간째 물을 뜨러 가는 길 낯선 이의 카메라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숨겨놓은 마음을 꿰뚫어 볼 만큼 크고 또렷한 눈망울이다. "한참을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잘 모르겠어요. 왜 나는 이렇게 누리며 살고 이렇게 예쁜 아이는 물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 5시간을 걸어가야 하는지…." 지난해 11월 소망우물원정대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차드의 곳곳을 렌즈에 담은 김상동 남가주사진작가협회장은 본인 입으로 수개월째 '차드 앓이' 중이라고 했다. 차드에 가기 전엔 막연한 불안함에 차드에선 말론 표현하지 못할 울적함에 돌아온 이후엔 잊히지 않는 아이들의 눈망울 때문이란다. 자신이 반쯤 마시다 넘겨준 콜라 한 병에 서너 명이 달려들어 행복하게 웃는 표정이라며 사진을 여러 장 보여준다. "처음엔 일정을 취소할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가까스로 마음을 잡은 뒤엔 좋은 경치 사진이나 찍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각인지 모릅니다. 가축의 분뇨 위에 고여있는 썩은 물을 달게 마시는 아이를 보고나니 인생이 다시 보여요." 김 회장은 차드에서 여러 번 위험을 마주했다. 물을 찾아 집을 옮기는 유목민 일행이 길을 막기도 했고 소 떼에 치일 뻔하기도 했다. 길 없는 곳에서 카메라 2~3대를 들쳐메고 달렸다. 지금은 "다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리운 풍경이지만 그땐 일 분 일 초가 치열했다. 하나의 이야기라도 놓칠세라 쉴새없이 셔터를 눌렀다. 오는 12일부터 1주일 동안 중앙일보 갤러리에서 열리는 사진전은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을 찾아 하루종일 헤매야하는 10살 소녀 목마르다 칭얼대는 아이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어 눈물짓는 어머니 소망우물로 살아나는 마을과 학교 새로 솟아나는 희망에 관한 순간의 기억이다. 김 회장의 사진으로 꾸며지는 사진전은 굿네이버스USA와 소망소사이어티 중앙일보가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소망우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차드의 식수난을 알리기 위한 행사다. "수백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삶을 생각했어요. 자극적이고 아픈 사진으로 그들을 기억하기 보단 희망이란 이름으로 감싸안고 싶었거든요. 소망우물이 만든 변화가 아직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예요. 사진 찍는 내내 오히려 감사했어요. 사진전에 오는 분들도 아이들의 환한 표정에 위로받을 겁니다." 마음으로 판 우물에 소망이 샘솟는다. 사람이 만드는 진한 기적이다. ▶문의: (562)977-4580 (877)499-9898 구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2013-04-05

'소망 우물' 200개를 향해서…한인들의 나눔은 계속된다

"우릴 잊지 말아요. 희망을 주세요." 아프리카 차드에 희망의 싹이 자라나고 있다. 미주 한인들이 마음으로 판 '소망우물'이다. 소망우물은 아프리카 극빈국 차드의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초 중앙일보와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 굿네이버스USA가 공동으로 기획한 구호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위해 본지는 2010년 1차 원정대에 이어 지난 11월 말부터 1주일간 2차 원정대로 현지를 찾아가 식수난과 우물 하나로 살아난 여러 마을 새롭게 피어나는 소망 등을 전달했다. 중앙일보는 차드의 목마름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는 12일부터 1주일간 본사 갤러리에서 '아프리카 차드 사진전'을 연다. 사진전은 2차 소망우물 원정대로 지난해 11월 현지 여정에 참가한 김상동 남가주사진작가협회장의 작품 50여점으로 꾸며진다. '물을 찾아서' '우리가 만난 차드의 얼굴' '소망우물'이란 테마로 구성된 사진전에선 지금껏 알지 못한 차드의 식수난과 해맑은 현지 주민들의 미소를 볼 수 있다. 1일 현재 차드에 설치된 소망우물은 총 167개. 프로젝트의 2013년 목표는 소망우물 200호를 채우는 것이다. 굿네이버스 차드 지부에 따르면 현재 7개 우물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소망우물 한 개당 드는 설치비용은 3200달러다.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은 "우물 하나에 쌓인 사랑의 무게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 20달러 50달러씩 모아 마음을 나누는 우물 기증자들을 볼 때마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라며 "소망우물 프로젝트는 모두의 손으로 이루는 기적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라고 말했다. ▶문의: (562)977-4580 소망소사이어티/(877) 499-9898 굿네이버스USA 구혜영 기자

2013-04-03

이어지는 차드 '소망우물' 온정…1달 반만에 목표액 37.7% 달성

아프리카 차드 한가운데 사랑이 퍼지고 있다. 미주 한인들이 마음으로 판 '소망우물'이다. 소망우물은 아프리카 극빈국 차드의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초 중앙일보와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 구호단체 굿네이버스USA가 공동으로 기획한 구호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위해 본지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1주일간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낀 열악한 식수난과 수인성 질병의 참상 새롭게 피어나는 희망 이야기를 생생히 전달했다. 14일 소망우물 프로젝트를 통해 설치된 우물은 총 157개. 보도가 나간 지 1달 반 만에 총 8만3200달러가 모였다. 새로운 우물 26개를 팔 수 있는 큰 돈이다. 프로젝트는 당초 우물 200호를 채우는 것을 신년계획으로 잡고 1년간 69개를 목표했었다. 한인들의 뜨거운 마음이 불과 2달도 채 되지않아 전체 목표의 37.7%를 달성한 것이다. 소망 우물 프로젝트는 모두의 손으로 이루는 기적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 LA.시카고.뉴저지.샌프란시스코 등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답지했다. 오늘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LA지회와 코리아타운 로터리클럽은 신년 정기모임을 통해 차드의 현실과 우물 프로젝트 지원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도움 주실 분:(562) 977-4580 (877) 499-9898 구혜영 기자

2013-01-14

[취재수첩] 눈에 밟히는 차드 아이들…우물로 눈물 거둬줘야

1박2일 동안 계속된 차드 북부 마싸코리 출마리 우물 공사 현장. 마을 주민들은 감사의 마음으로 염소를 잡았다. 자신의 아들과 손자들이 구정물에 목을 축일 때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차가운 생수병을 건네줬다. 사하라 사막 오지에서 생수 한 병의 값어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차갑게 식은 염소고기는 까만 색. 자세히 보니 파리가 팥 시루떡 위 콩고물처럼 쌓여있다. 멀리 선 아이들이 군침을 흘리며 바라만 보고 있다. 맛있게 먹고 싶었지만 도무지 손이 가질 않았다. 깨작깨작 모래를 씹듯 빵을 떼어먹었다. 차드에선 깔끔한 척을 하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까지 했건만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구한 음식인지 아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두 손이 원망스러웠다. "이거 필요할 것 같아서요. 쓰세요." 비누와 거품의 차이도 모르는 이곳 주민들은 혹시나 손을 씻지 못해 먹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웃으며 샴푸를 건네줬다. 울컥했다. 세상에 태어나 이보다 더 황송한 대접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차드에서 돌아온 지 약 2주가 지났다. 11월 초 갑작스레 결정된 차드행으로 고민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꼬박 그곳을 생각하고 있다. 생각하려 애쓰지 않아도 순간순간 떠오른다.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맞잡았던 손을 머리를 빗을 때마다 긴 머리를 부러워하며 만지작거리던 그 손길을 기억한다. 특히 밥을 남길 때엔 밥알 개수만큼 아이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두고두고 눈에 밟힐 거라던 모두의 말이 사실이었다. 차드에서의 1주일은 '미치겠다'로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마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열악했다. 이미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며 차드행을 결정했던 터라 놀라움은 더했다. 하루종일 비포장 황무지를 달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사하라 사막 인근 마싸코리에서 가축의 분뇨로 갯벌처럼 된 도랑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아이들 밧줄 하나에 의지해 온몸으로 우물을 파는 장면 등을 봤을 땐 종이쪼가리에 살아있는 이야기랍시고 끼적이는 위선이 미치도록 싫었다. 값싼 동정심과 교만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안도감까지 뒤죽박죽 섞여 어지러웠다. 소망우물은 이런 어지러운 곳에 소망을 심고 있었다. 현재 차드에 세워진 우물은 총 131개. 물을 마시며 으레 죽는 걸 각오했던 이들이 학교에 가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게 됐다. 물 한 방울 없는 사막 한 가운데서 꿈을 논하게 됐다. 이 모든 게 한인들의 사랑 없인 이뤄질 수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우물은 아직도 모자라고 그들은 여전히 목마르다. 취재수첩에 적어놓은 수십 개의 '미치겠다'를 볼 때마다 차드의 눈물이 잊힐까 두려워진다.

2012-12-05

[차드 '소망우물 프로젝트'] 홍수로 고인 썩은 연못물로…절망의 천막촌

하수시설 없어 지난 3월 내린 비로 여기저기 물웅덩이 코 찌르는 악취…홀겹 천막 속에서도 아이들은 웃음꽃 먹고 마실 것 부족해 아픈 손녀 떠 맡긴 할머니에 울컥 은자메나 도심에서 20분 거리인 왈리아 마을. 다닥다닥 늘어선 천막촌 옆 제법 큰 연못에서 아이들이 발가벗고 물장구를 치고 있다. 한 무리는 나뭇가지에 낚싯줄을 묶어 금붕어 크기의 이름 모를 물고기를 잡고 여자들은 빨래를 한다. 언뜻 본 물그릇만 수십여 개. 잡은 물고기는 도로 갓길 좌판상에 바로 팔린다. 시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연못을 봤던 터라 "생각보다 물이 많네요"하고 말을 건네자 굿네이버스 차드 지부 김유정 간사(26)가 고개를 젓는다. "여긴 연못이 아니에요. 지난 8월 큰 홍수로 이곳이 잠겼는데 그 물이 그대로 고인 거죠. 하수도 시설이 없거든요." 해가 뉘엿뉘엿 저물자 천막촌 아낙네들은 죽을 끓이기 위해 연못물을 한 바가지씩 퍼왔다. 나무막대와 얇은 천만으로 간신히 세운 천막 속 삶이 괴롭지도 않은지 한쪽에선 시간관념을 잊은 아이들이 어디선가 쓸려온 물고기를 손에 들고 해맑게 웃고 있다. 4~5살 어린 아이들은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흙바닥에 앉아 날리는 먼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3개월 전 생겨난 연못 때문에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이다. 진흙으로 만든 집은 불어난 빗물에 녹듯이 사라졌다. 한참 그물을 던지던 아자렉(28)이 "오랜만에 월척을 낚았다"며 나무배에서 내렸다.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면 미화 20달러(1달러=500세파)를 벌 수 있단다. 길이 20cm정도의 물고기는 4마리에 2000세파. 보통 주민들이 한끼 먹는 데 쓰는 비용이 200~300세파이니 쉽게 들어오지 않는 거금이다. 어획량이 좋았는지 연신 웃는 그에게 "집이 없어져 어떡하느냐?"고 걱정스레 묻자 가슴 묵직한 답이 돌아왔다. "집은 밥을 주지 않아요." 악취가 코를 찔렀다. 눈이 마주친 아이들의 입가엔 진흙 수염이 말라 있다. 굿네이버스 현지 직원에 따르면 구호용품으로 락스를 요청한 이 천막촌 사람들은 물고기나 수수를 락스에 담근 뒤 연못물에 씻어 먹는다. 볼록 나온 배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은자메나 시내 카르도레와 곰바사라 투크라무즈굼 마을을 차례로 방문하는 중에도 이런 곳을 여러 번 만났다. 너무 많아 절망적이다. 이 썩은 연못은 재앙일까 새로운 터전일까. 생각마저 희미해질 무렵 곤히 잠든 예쁜 아기가 두 팔에 얹혀졌다. 통역을 해 줄 현지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난 일이라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을 아기의 할머니라 손짓 발짓으로 설명한 마들린(40)은 답답한지 큰 소리를 냈다. 엄지와 검지를 입가에 붙이고 "츱츱츱" 두 주먹을 핸들 돌리듯 움직이며 "왕왕왕" 마지막엔 두 팔을 튕기며 던지는 시늉을 했다. 뒤늦게 설명을 듣고 팔에 안긴 아기를 보니 가슴이 시려왔다. "먹을 게 없어 아기가 아프다. 차에 태워 데려가 달라." 생후 한 달 손녀딸을 생전 처음 본 사람에게 맡겨야 할 만큼의 가난과 절망. 글로 담을 수가 없다. 눈물도 사치다. 구혜영 기자

2012-11-30

본지 기자 프로젝트 현장 다시 가다…한인 '우물 온정'이 차드 지도 바꾸다

아프리카의 검은 심장이 한인들의 사랑으로 다시 뛰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소망소사이어티와 굿네이버스 USA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시작한 '소망우물 프로젝트'가 아프리카 극빈국 차드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내륙국가인 차드는 극심한 식수난으로 아프리카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아픈 손가락이다. 미주 한인들의 정성으로 하나둘씩 세워진 소망우물은 현재 131개에 달한다. 소망우물의 영향력은 이미 차드 전역에 퍼지고 있다. 프로젝트 초기 수도 은자메나와 습한 남부 지역에 집중됐던 우물 공사는 최근엔 사하라 사막이 지나가는 북부 오지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굿네이버스 차드 지부의 박근선 지부장은 "2주 전 세워진 북부 마싸코리 지역의 출마리 우물은 남부에 세워진 소망우물 기증자 현판을 본 한 교수가 약 3년간 매일 사무실을 찾아와 부탁을 한 끝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소망우물이 세워진 지역에는 학교와 도서관 병원 등이 들어서며 커뮤니티 발전이 이뤄지고 있어 매일 기적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우물 한 개당 설치 비용은 3200달러. 지금까지 모인 차드 소망우물 기금은 총 47만617달러다. 제2차 소망우물 원정을 다녀온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은 "깨끗한 물 한 모금이 아이들의 꿈을 책임진다. 소망우물을 통해 살아나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고 감격을 금할 수 없었다"라며 꾸준한 관심을 부탁했다. 구혜영 기자 차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으로 불린다. 아프리카 한복판에 있는 내륙국으로 바다에서 격리된 지리적 악조건과 척박한 사막기후가 나라의 숨통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명칭은 '차드 공화국'. 세계 5대 극빈국으로 200여 이상의 부족이 사는 탓에 12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된다. 이슬람교가 51% 기독교가 35%다.

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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